승부의 냉혹함이 돈독한 "사제의 정"도 집어삼켰다.

대전 최윤겸 감독(41)은 21일 "은사"인 대구 박종환 감독(68)에게 뼈아픈 1-2의 패배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잘나가던 대전은 리그 2위에서 3위로 추락한 데다 이관우(25)와 김영근(25)마저 퇴장당해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비록 승부의 세계에서 희비가 갈렸지만 두 감독은 19년 동안 "사제의 정"을 나눠온 친근한 사이다.
지난 84년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박감독은 그해 7월 올림픽대표팀을 소집하면서 인천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감독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때까지 최감독은 대표팀 경력이 전무했던 "무명" 수비수였다.
박감독 덕분에 최감독은 88년 서울올림픽 때까지 대표선수로 활약하며 자신의 축구인생 중 가장 화려한 나날을 보냈다.
또 명장의 지휘력을 곁에서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었다.
당시 최감독이 박감독에게서 배운 것은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경기를 준비하고, 선수들간의 경쟁의식을 유발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등이었다.

최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스승에게 문안인사차 전화를 걸었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의 박감독이지만 제자의 전화를 받자 "최감독이 큰일을 하고 있다"며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부드러운 말과 달리 냉혹했다.

경기 후 쓸쓸히 그라운드를 나서던 최감독의 얼굴에는 "스승에 대한 예우는 한번이면 족하다"는 강인한 승부사의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