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의 물결~
굿바이 이관우, 당신은 영원한 대전의 ★입니다.  


◇아쉬운 한밭벌  
'시리우스여,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대전 축구팬들이 22일 벌어진 수원전에서 이관우의 등번호 '8'이 적힌 카드를 들고 이관우와의 작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조병관 기자 rainmaker@>

대전과 수원의 라이벌전을 2시간여 앞둔 대전월드컵경기장. 구단 관계자들과 대전팬들, 대전시와 구단 고위관계자들의 움직임은 각기 분주했다. 팬들의 관심은 이관우가 대전에 잔류하느냐, 수원으로 떠나느냐에 몰려 있었다. 관중석 한켠엔 이관우를 향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팬들의 열정과 사랑은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다', '이관우 당신은 대전의 영원한 ★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대전 구단 관계자들은 대전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대전과 수원의 오랜 숙적관계에 '이관우 이적 파동'까지 얽혔다. 분노한 팬들이 자칫 수원 선수들과 원정서포터에게 과격한 행동을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구단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지원을 요청했다. 사복경찰 20여명을 포함, 1개 중대 200여명의 경찰이 유성IC부터 경기장 입구까지 배치됐다.

이 시각 권도순 대전 사장대행은 시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이관우의 이적을 최종 결정했다. 권 사장대행은 전날 저녁 이관우를 만나 팀을 떠나고 싶은지 최종 의사를 물어봤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더이상 일을 질질 끌어 봤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경기 당일 아침 이관우의 에이전트와 "일을 진행시키자"는 통화를 했고, 오후 1시 쯤 구단주인 박성효 대전 시장을 만나 "알아서 하라"는 재가를 받았다. 결국 경기 시작 직전 대전에 내려온 안기헌 수원 단장을 만나 이관우의 이적에 합의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은 숫자 '8'로 가득 찼다. 8번은 이관우의 등번호였다. 대전 서포터스 '퍼플크루'가 오로지 이관우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퍼플크루는 준비한 4000장의 8번 카드를 관중들에게 나눠줬다. 퍼플크루의 한 관계자는 "7년 동안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준 이관우 선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혹시 팀을 떠나더라도(구단이 이적을 발표한 시간은 이날 오후 10시였다) 그는 영원히 대전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는 끝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대전 팬들은 경기 내내 "이ㆍ관ㆍ우!"를 소리 높여 외쳤다.

경기는 0대0으로 끝났다.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대전 팬들이 구단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대안없는 관우 이적에 반대한다"며 구단의 해명을 요구했다. 권 사장대행은 확성기를 들고 100여명의 팬들 앞에 서서 이적이 있기까지의 일들을 설명했다.

대전의 한 축구팬은 "구단이 팀의 간판인 이관우를 판 이상, 수원으로부터 받은 이적료를 제2의 이관우 발굴을 위해 써야 할 것이다.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 대전=권영한 기자 champ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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