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우젠컵 2006’이 지난 6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40여일 간의 ‘월드컵 방학’을 맞았다. 팀당 총 8경기를 치르고 휴식기를 맞게 된 이번 컵대회는 월드컵에 쏠린 국민적 관심에 비해 썰렁한 분위기로 진행됐지만 내부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전기리그에서 하위권을 형성하던 팀들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8라운드를 진행한 현재 2위부터 6위까지 중상위권의 승점차가 2점밖에 되지 않아 휴식기 이후 재개하는 컵대회에서는 1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조짐이다.

이같은 이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이 월드컵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전력에 변수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록을 통해 나타난 각 팀의 전력 변화를 상위권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 수원, 끝없는 추락... 12경기 무승 부진

컵대회 전반기의 가장 큰 이변은 단연 축구명가 수원이 단 한 차례의 승리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3일 부산과의 전기리그 경기(1-4패)를 시작으로 11경기 째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이는 수원 창단 이후 팀 최다 무승으로 기록되고 있다.

수원이 부진을 겪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강력한 미드필드를 형성하는 조원희, 송종국 등 주축 선수들이 월드컵 대표로 차출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다음으로는 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나이가 많아 컵대회의 빡빡한 일정을 감당하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따랐다. 김대의와 김진우 등이 분전했지만 전력을 다하기에는 벅찬 모습. 마지막으로 수원이 컵대회를 후기리그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을 뿐 그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물론 불운이 겹치는 등 계속된 악재가 있었지만 한때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던 수원의 추락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 전기리그 최하위 제주, 짜임새 있는 경기력 선보이며 2위 돌풍

수원의 부진과 대비되는 것이 제주의 돌풍이다. 전기리그 13경기에서 승점 9점(1승 6무 6패)밖에 얻지 못하며 최하위에 그쳤던 제주는 컵대회 들어 단 7경기 만에 승점 14점(4승 2무 1패)을 따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원동력은 강한 수비력이다. 8경기에서 3실점만 허용한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팀의 뛰어난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대표팀 승선으로 인해 결장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탄탄한 수비조직력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3실점 중 2실점은 경기 종료 직전 인저리 타임에 허용한 것이고, 나머지 1실점은 프리킥에서 벽을 쌓는 도중에 허용했다. 제주의 수비벽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반증이다.

제주의 이 같은 짠물 수비는 골키퍼 조준호의 활약이 핵심이다. 그는 지난 5월 20일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상대의 페널티 킥을 2차례나 선방했고 수원전에서도 김대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공격수와 일대일로 맞서는 결정적인 실점 상황에서도 놀라운 선방으로 제주의 짠물 수비를 완성시켰다.

◆ 공격력 되찾은 서울, 초반 5연승으로 컵대회 고공비행

막강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전기리그 4위에 그친 서울은 대표선수들이 빠진 이후 오히려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이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서울 공격의 중심에는 8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한 김은중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4년에 대전에서 서울로 둥지를 옮긴 김은중은 첫 시즌 8골, 두 번째 시즌 7골에 이어 올 시즌에는 전반에만 9골을 터트리며 서울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다. 또 올 시즌 전기리그 12경기에서 4골에 그쳤지만 컵대회에는 8경기 만에 5골을 폭발시키며 ‘컵 대회의 사나이’로 부상했다.

서울의 특급 도우미 히칼도의 활약도 눈에 띈다. 히칼도는 3개의 도움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미드필드에서 노련한 경기 조율로 서울의 공수에 균형을 가져왔다. 히칼도 외에도 한태유, 심우연, 정조국 등 신예들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휴식기 이후에도 서울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포항, 신예기용으로 수비력 난조 보이며 중위권 형성

K 리그 클럽 중 가장 공격적인 색깔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포항은 클럽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기간에 대표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컵 대회에서는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해 100%의 전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컵 대회에서 신인들에게 기회를 줘 후기리그를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예들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며 공격력을 갈고 닦은 포항은 공격력에 있어서는 11골을 득점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김기동이 빠지면서 중원 장악력이 떨어졌고 신예들을 고루 기용한 수비진은 경험 미숙과 호흡의 불일치를 보이며 12점을 실점했다. 이는 경남(13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실점으로 포항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신예들의 경기력에 물이 올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 전남, 울산 - 탄탄한 수비와 역습으로 꾸준한 성적 유지

각각 1명(김영광)과 2명(이천수, 이호)의 선수를 대표팀으로 보낸 전남과 울산은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전남은 외국인 선수 네아가(1골)의 위협적인 개인 돌파와 주광윤(4골)의 뛰어난 마무리 능력을 바탕으로 초반 2패 뒤 6경기 무패(4승 2무)를 기록하며 3위를 달리고 있다. 양상민과 백승민 등 알토란같이 성장한 ‘젊은피’들이 팀의 고비마다 한방씩 터뜨린 활약이 돋보인다.

울산 역시 최성국(3골 1도움)이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최성국의 부활과 신예 이상호의 활약, 부상에서 돌아온 이종민이 컨디션을 찾으면서 덩달아 팀의 전력도 올라갔다. 현재 5경기 연속무패(4승1무)로 4위를 기록 중이다. 두팀은 무패 기록이 이어지는 동안 각각 짠물 수비(전남 2실점, 울산 1실점)를 보이면서도 득점에는 성공하는 안정적인 운영을 펼쳐보였다.

◆ 전기 우승팀 성남, 공격력 난조로 부진

4명의 주전 선수들을 독일로 보낸 성남은 수비력 보다는 공격력에 난조를 보이며 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대표팀으로 빠져나간 선수 중 공격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주전 미드필더 김두현의 공격적 성향이 팀에 얼마나 큰 공헌을 보였는지 반증한다. 전기리그 경남전에서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모따의 부재도 결정력을 저하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손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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