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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지명으로 올 입단… 연봉 1200만원
반쪽출장 불구 팀의 8골중 4골 ‘기염’
전북 익산에 사는 황용임(여·43)씨는 지난달 프로축구 K리그가 개막하면서부터 삶이 좀더 행복해졌다. 올해 대전 시티즌에 입단한 아들 배기종(23)이 축구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종은 팀의 8골 중 4골을 작렬시켰다. 지난해 7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대전은 이번 시즌엔 14팀 중 4위(3승4무2패)를 달리고 있다.
아들이 데뷔 무대인 3월 15일 부산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승리수당 250만원을 보내오자 황씨는 딸 종미(19)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혼자서 식당 주방일을 하며 남매를 키워온 황씨는 보약 한번 못 먹인 아들이 공을 차서 벌어온 ‘거금’이 감격스러웠다. 종미는 두 달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형편상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전의 최윤겸 감독은 배기종을 가리켜 “축구에 ‘장종훈’이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은퇴한 장종훈(한화 이글스 코치)은 프로야구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배기종은 지난해 쓸 만한 선수는 깡그리 포함된 우선지명 대상자 81명 안에 들지 못했다. ‘혹시나’ 수준의 선수 29명이 추가로 드래프트됐지만 여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세 번째로 각 구단들이 ‘번외지명’을 통해 모두 11명에게 제공한 마지막 기회를 간신히 붙잡았다. 즉 신인랭킹이 110위권이었다는 뜻이다. 1년 계약에 연봉 1200만원. 실제로는 한 달에 84만원 남짓 들어온다.
배기종의 활약은 뜯어보면 값어치가 더하다. 팀의 9경기 중 두 경기를 나가지 못하고, 4경기는 후반에 교체멤버로 등장할 만큼 ‘반쪽 출장’이었기 때문. 게다가 불과 슈팅을 8번만 했을 정도로 효율도 높다.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드리블이 돋보이며, 측면을 돌파하는 재주도 좋다. 체격(키 1m80·몸무게 75㎏)은 평범한 편.
광운대 2학년이던 2003년에는 추계 연맹전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반이던 2005년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고, 대회를 몇 차례 거르면서 프로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번외지명됐다니까 그나마도 다행이었지만 속이 상해서 휴대전화를 끄고 숨어있기도 했어요. 그래도 축구밖에 할 게 없더라고요. 몇 골 넣긴 했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해요. 축구 잘해서 엄마한테 꼭 집을 사드리겠습니다.”
손진석기자 aura@chosun.com
* 이 기사는 조선일보의 기사입니다.
반쪽출장 불구 팀의 8골중 4골 ‘기염’
전북 익산에 사는 황용임(여·43)씨는 지난달 프로축구 K리그가 개막하면서부터 삶이 좀더 행복해졌다. 올해 대전 시티즌에 입단한 아들 배기종(23)이 축구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종은 팀의 8골 중 4골을 작렬시켰다. 지난해 7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대전은 이번 시즌엔 14팀 중 4위(3승4무2패)를 달리고 있다.
아들이 데뷔 무대인 3월 15일 부산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승리수당 250만원을 보내오자 황씨는 딸 종미(19)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혼자서 식당 주방일을 하며 남매를 키워온 황씨는 보약 한번 못 먹인 아들이 공을 차서 벌어온 ‘거금’이 감격스러웠다. 종미는 두 달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형편상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전의 최윤겸 감독은 배기종을 가리켜 “축구에 ‘장종훈’이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은퇴한 장종훈(한화 이글스 코치)은 프로야구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배기종은 지난해 쓸 만한 선수는 깡그리 포함된 우선지명 대상자 81명 안에 들지 못했다. ‘혹시나’ 수준의 선수 29명이 추가로 드래프트됐지만 여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세 번째로 각 구단들이 ‘번외지명’을 통해 모두 11명에게 제공한 마지막 기회를 간신히 붙잡았다. 즉 신인랭킹이 110위권이었다는 뜻이다. 1년 계약에 연봉 1200만원. 실제로는 한 달에 84만원 남짓 들어온다.
배기종의 활약은 뜯어보면 값어치가 더하다. 팀의 9경기 중 두 경기를 나가지 못하고, 4경기는 후반에 교체멤버로 등장할 만큼 ‘반쪽 출장’이었기 때문. 게다가 불과 슈팅을 8번만 했을 정도로 효율도 높다.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드리블이 돋보이며, 측면을 돌파하는 재주도 좋다. 체격(키 1m80·몸무게 75㎏)은 평범한 편.
광운대 2학년이던 2003년에는 추계 연맹전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반이던 2005년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고, 대회를 몇 차례 거르면서 프로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번외지명됐다니까 그나마도 다행이었지만 속이 상해서 휴대전화를 끄고 숨어있기도 했어요. 그래도 축구밖에 할 게 없더라고요. 몇 골 넣긴 했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해요. 축구 잘해서 엄마한테 꼭 집을 사드리겠습니다.”
손진석기자 aura@chosun.com
* 이 기사는 조선일보의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