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뒷바라지를 해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라운드에서 잠시도 서 있을 수 없습니다."
번외 지명선수로 대전 시티즌에 입단한 배기종(23)이 올 시즌 K리그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광운대를 졸업한 배기종은 지난 겨울 프로축구 드래프트에서 받아주는 팀이 없어 번외 지명으로 대전에 입단했다. 하지만 7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득점 3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그가 터뜨린 4골은 올 시즌 팀 득점의 절반에 해당한다.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축구의 시작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 뒤 그는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외삼촌이 운영하는 야식집에서 일을 도우며 그와 여동생을 돌보셨다. 당연히 풍족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어머니를 지켜 보며 그는 어린 나이지만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고, 여기에 외삼촌들의 권유가 더해 전북 익산 동산초등학교 5학년때 축구를 시작했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야식집에서 힘겹게 일을 하며 나와 여동생을 돌보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참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유년 시절을 돌아봤다.

▲무난한 선수생활,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다행히 축구에 재능을 보인 그는 이리동중과 이리고를 거쳐 광운대에 입학했다.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2003년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는 득점왕에 올랐으며 2005년 같은 대회에서는 도움왕을 차지했다.
그 활약으로 2005년에는 동아시아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기종은 드래프트에서 번외 지명으로 밀리고 말았다. 자존심 보다는 대학까지 자신의 운동을 홀로 뒷바라지 해준 어머니에게 프로선수로서 돈을 벌어 효도하겠다는 꿈이 무산된 충격이 더 컸다.

그는 "대학에서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기에 프로 입단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번외 지명으로 밀렸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잠시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외삼촌과 어머니, 여동생도 실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방황을 잡아준 것도 묵묵히 배기종을 지켜보시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래도 프로에서 뛸 수 있게 된 것은 하늘이 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다"며 아들을 설득했고, 결국 그는 다시 한번 굳은 마음으로 축구화를 신었다.

▲신인왕의 욕심보다는 효도를 하고 싶다

현재 배기종의 한달 수입은 정확히 83만원. 매달 통장으로 입금되는 금액이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자신이 번 돈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는 만족하고 있다.

그가 프로에 와서 가장 기뻤던 일은 어머님께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했던 일이다. 지난 3월15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경기 MVP로 뽑힌 배기종은 부상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고, 지체 없이 어머님께 선물로 드렸다.

그는 "제 힘으로 어머니에게 드린 첫 번째 선물이었다. 어머님도 물론 기뻐하셨고 외삼촌들도 저를 대견해 하셨다"고 말했다.

득점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그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그는 "신인왕 욕심보다는 배운다는 자세로 매 경기 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홀로 제 뒷바라지를 해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라운드에서 잠시도 서 있을 수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대전과의 계약이 1년이라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1년 계약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어서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지금 제 목표다"고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대전에 입단해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지금 제 활약은 저의 장점을 발견해 극대화 해주신 최윤겸 감독님 덕입니다"고 자신에게 기회를 준 최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종력기자 raul7@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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