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집중력과 대전의 끈기로 5-4, 2006 시즌 한경기 최다골 기록 갱신 그야말로 숨 막히는 90분간의 혈투였다.

후반 9분까지 포항이 이정호의 두골과 엔리키, 고기구, 프론티니의 골 폭격으로 5-1이라는 큰 점수차로 앞서나가며 승부는 쉽게 갈라질 듯 했다. 그러나 대전의 끈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15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과 대전의 K리그 9라운드 경기에서 포항이 대전을 5-4로 힘겹게 꺾었다.

비록 이날의 승부는 포항으로 기울었지만, 포항과 대전은 한 경기에서 총 9골을 기록,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골 기록(8골, 3월29일 대구-부산 전)을 갈아치우며 ‘골 가뭄’의 안타까움으로 답답해하던 K리그 팬들의 가슴에 시원한 장맛비를 뿌려줬다.

포항은 지난 4월 5일 인천과의 홈경기에서 공격의 핵 이동국이 우측 전방 십자인대 파열부상으로 수술 및 재활을 위해 독일 행을 택하며 공격력에 대한 우려가 컸을 터.

그러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했던가. 그동안 이동국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의 독기가 발휘되며 전, 후반 통틀어 무려 5골을 기록하는 등 골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대전은 포항과의 경기 전까지 총 8경기 동안 단 2실점만을 기록하며 ‘실속 있는 축구’로 성남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승리 역시 그동안 거둔 모든 3차례의 승리가 1-0의 힘겨운 승리를 거둔, 알짜배기 운영을 해온 팀.

그러나 대전은 전반 내내 ‘혼이 빠진’수비를 펼치며 경기시작 5분 만에 코너킥에 이은 혼전 상황에서 이정호에게 골을 헌납해 끌려가기 시작했고, 전반 19분 역시 김기동의 코너킥을 받은 이정호에게 완벽한 헤딩골을, 35분에는 포항의 두 브라질 용병들에게 농락당하며 수비 5명이 방향을 잃고 결국 엔리끼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는 등 올 시즌 최악의 플레이를 보였다.

대전은 미드필드마저 포항에 완전 장악 당하며 공격 루트마저 단조로워지며 공격에서의 기회도 몇 차례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전반 42분 슈바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배기종이 시원한 추가골을 뽑아내며 후반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후반 들어 대전의 최윤겸 감독은 전반 수비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보인 민영기와 상대의 파울로 주춤했던 이관우를 빼고 지난 2003년 함께 대전으로 입단한 ‘입단 동기’ 정성훈과 장현규를 투입하며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전반 29분 나광현을 빼고 새 용병 데닐손을 투입한 바 있는 최윤겸 감독으로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펼친 선수 교체로 3명의 선수교체 한도를 모두 사용, 큰 모험을 시도했던 것이다.

자칫 선수 한명이 부상으로 실려 나왔을 경우에는 그 선수의 공백을 그대로 놓아둔 채 경기를 펼쳐야 하는 상황. 최악의 경우 골키퍼가 부상 혹은 퇴장으로 아웃 될 경우 남은 시간 동안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를 보아야 하는 상황까지도 맞을 수 있는, 다소 위험한 모험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대전은 또다시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후반 1분 만에 좌측을 파고들던 엔리끼가 중앙에 달려오던 고기구를 보고 정확히 찔러준 공을 고기구가 최은성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골로 연결, 다시 한 점 차를 벌여놓았다.

후반 9분에는 ‘이날 골 맛을 보지 못한’ 프론티니가 대전의 수비수 3명이 자신에게 몰린 틈에 골키퍼 최은성이 나온 것을 보고 그대로 재치 넘치는 로빙슛을 시도하여 골로 연결, 결국 점수를 5-1까지 벌여놓고야 말았다.

후반에 들어서도 대전의 수비진은 이전의 탄탄한 모습은 잃은 채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며 쉽게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윤겸 감독이 후반 시작과 교체 투입한 두 젊은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띄기 시작하며 경기는 급반전 되었다.

후반 초반까지 흔들리던 대전의 수비진은 장현규가 자리를 잡아가며 서서히 안정을 찾았고 정성훈은 공격에서 특유의 큰 키와 정확도 높은 헤딩능력을 발휘 하며 대전의 추격을 이끌었다. 대전의 맹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후반 13분, 후반 교체 투입된 정성훈이 아크 정면에서의 프리킥을 얻었다. 이것을 슈바가 강슛으로 연결했으나 수비벽을 맞고 뒤로 흘렸고 이후 달려 들어가던 배기종이 시도한 슈팅이 또다시 수비를 맞고 옆으로 흘렀다. 이것을 주승진이 마무리 지으며 추가골을 성공, 5-2 한 세 점 차로 따라붙었다.

후반 26분 세 번째 추가골의 주인공은 수비수 최윤열. 공오균의 좌측 코너킥을 슈바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이것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최윤열이 가슴으로 한차례 컨트롤 한 뒤 오른발로 밀어 넣어 두 점 차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대전은 두 점 차로 따라붙은 후반 26분 이후 정성훈의 완벽한 헤딩슛이 골문 옆에 서 있던 황지수의 방어에 막혔고, 후반 46분에는 데닐손이 중앙에서 절묘하게 찔러준 패스를 이어받아 등 수 차례의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결국 경기 종료직전인 후반48분 배기종이 추가골을 만회하며 5-4로 쫓아갔지만 대전의 마지막 분전이 승점으로 이어지는 결실로 나타나기에는 부족한 시간. 결국 5-4, 포항의 승리로 경기를 마감했다.

▲황지수, 두 골 막아내며 승리 견인

이날 포항의 승리에는 두 골을 기록한 이정호, 각각 한 골씩을 기록한 엔리끼 고기구, 프론티니 외에도 두 골을 막아낸,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포항의 미드필더 황지수다.

황지수는 2-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8분 이관우의 프리킥을 골문 바로 앞에서 발끝을 갔다 댄 배기종의 슈팅을 헤딩으로 막아냈고, 대전의 파상공세가 진행되던 후반 30분에는 좌측에서 날아온 코너킥을 대전의 정성훈이 완벽한 헤딩슛으로 연결, 골키퍼가 손을 못 쓰는 위치에서 황지우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헤딩으로 막아내며 포항의 승리를 지켰다.

세트피스상황에서 날아온 두 차례의 완벽한 슈팅을 골대 바로 옆에서 막아내는 이 수비는 국가대표 경기에서 이영표의 전매특허였던 이 수비법으로 팬들의 눈에 익다.

만약 이날 황지우가 막아냈던 두골이 모두 들어갔다면 포항으로서는 5골을 넣고도 쓰라린 패배를 맛볼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대전 배기종, 용병보다 뛰어난 신인

배기종의 활약이 대단하다. 시즌 초반 대전의 첫 골과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1승 1무를 자신의 발로 이끌었던 배기종은 이날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장, 전 후반 풀타임으로 출장하며 맹활약했다.

배기종은 불안한 수비, 그리고 힘을 쓰지 못하던 미드필드에서 이렇다 할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반부터 홀로 맹활약하며 대전의 공격에 활로를 트인 선수다.

특히 아직까지 계속되는 용병선수들의 부진 속에서 배기종의 활약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배기종은 전반 24분, 0-2로 뒤지던 나광현이 찔러준 패스를 이어받아 왼발 강슛을 연결했으나, 포항 신화용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28분에는 이관우의 코너킥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갖다 댔으나, 이것이 포항의 골문 옆에서 지키고 있던 황지수의 머리에 맞으며 아쉽게 결국 0-3으로 끌려가던 전반 42분 슈바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통쾌한 중거리 골을 만들어내며 대전의 숨통을 열어놓았다.

후반에도 배기종의 활약은 눈부셨다. 배기종은 후반 13분 슈바의 프리킥이 포항의 수비벽을 맞고 흘러나온 것을 처리하기위해 질풍같이 달려들어 발을 갖다 댄 것, 이것이 주승진에게 연결되어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한 것. 배기종의 투지가 눈부신 순간이었다.

결국 배기종은 승부가 사실상 포항 쪽으로 기울었던 후반 종료 직전까지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팀의 4번째 골을 기록했다.

배기종은 이날의 두 골로, 개인득점 순위에서도 우성용(7골), 이동국(6골)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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