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서 아홉 골. 이동국이 쓰러져 우울했던 '스틸야드'에 골잔치가 벌어졌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는 15일 낮 포항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06 K-리그 9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내리 세 골을 몰아넣는 놀라운 득점력을 자랑하며 5-4으로 이겨 단숨에 리그 2위가 되었다.

포항, 짧고 빠른 연결 돋보였다

"힘내세요! 이동국" "좌절금지, 부활하라! 라이언 킹" 등 지난 5일 인천과의 홈 경기에서 쓰러진 이동국을 격려하는 문구들이 즐비한 스틸야드에 멋진 골바람이 불었다.

포항은 경기 시작 7분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이정호가 행운의 선취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골 행진을 보면 포항의 승리는 결코 행운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해 10월 29일 팀의 1000번째 골을 터뜨려 주목을 받았던 포항 수비수 이정호는 19분 김기동이 오른쪽에서 차 올린 코너킥을 이마로 받아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골 폭풍을 예고했다.

홈팀의 초반 기세에 당황한 대전의 최윤겸 감독은 K-리그에 첫 출장한 미드필더 나광현을 빼고 골잡이 데닐손을 들여보내며 안간힘을 썼지만 35분 홈팀의 역습을 막지 못해 세 번째 골까지 내주고 말았다. 왼쪽에서 가운데 쪽으로 이동하며 프론티니와 공을 주고받던 엔리끼가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로 원정팀 문지기 최은성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포항의 오른쪽 날개 공격을 맡았던 브라질 출신 엔리끼는 전반 1득점에 이어 후반전 시작 후 2분만에 절묘한 왼발 전진 패스로 고기구의 네 번째 골을 도우며 가장 빼어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김명중-황지수-김기동-오범석'으로 짜여진 포항 미드필더는 짧고 빠른 연결을 통해 프론티니와 엔리끼가 뛴 양 날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귀중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대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무려 세 골이나 내준 원정팀 대전은 이 경기 직전까지 여덟 경기를 통해 단 두 골만을 내주며 짠물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었지만 '박충균-민영기-최윤열'로 짜여진 수비 라인이 측면 공간을 자주 내주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또한,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한 살림꾼 강정훈의 빈 자리가 컸기 때문에 허리 싸움에서 대체로 밀렸다.

하지만 대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보는 이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끈질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새내기 미드필더 배기종이 있었다. 배기종은 42분, 슈바의 절묘한 전진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만회골을 터뜨리며 50여명의 원정 서포터즈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대전은 54분에 포항의 프론티니에게 한 골을 더 내줘 1-5로 완전히 주저앉는 듯 보였지만 4분 뒤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며 주승진이 한 골을 더 따라붙었다. 이 과정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배기종의 활약이 돋보였다.

72분, 공오균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최윤열이 한 골을 더 넣자 홈팀 선수들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공격수 엔리끼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김윤식을 들여보냈지만 지나치게 움츠리던 포항 선수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미드필더 황지수의 뛰어난 판단력이 아니었다면 이 경기는 뒤집힐 가능성도 있었다.

전반전에도 한 차례 배기종의 슛을 골 라인 바로 위에서 걷어낸 바 있는 황지수는 77분, 원정팀의 키다리 골잡이 정성훈이 이마로 노린 공을 또 한 번 골 라인 위에서 막아내 승리의 숨은 공로자가 되었다.

2006년 K-리그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은 경기 종료 직전 이루어졌다. 추가 시간 3분이 흘러가던 상황에 정성훈의 왼쪽 크로스가 나왔고 또 한 차례 슈바의 절묘한 전진 패스가 이어지며 배기종이 마무리했다. 혼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배기종의 왼발 끝에서 아홉 번째 골이 터진 것이었다. 지난 달 19일 대구와 부산이 네 골씩 주고받은 경기보다 한 골이 더 나왔다.

이렇게 힘겨운 승리를 챙긴 포항은 14점(4승 2무 3패, 18득점 14실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대전을 밀어내고 리그 2위에 올랐고, 대전은 3승 4무 2패(8득점 7실점)를 기록했다.

한편, 팀 마스코트 연승이(강아지 이름)를 잃어버렸다가 되찾았던 부산은 거짓말처럼 경남을 3-2로 물리치고 감격의 2연승을 이어나갔다.

※ 2006 K-리그 9라운드 4월 15일 경기 결과 / 앞쪽이 홈팀

★ 포항 5-4 대전 [득점 : 이정호, 이정호(도움-김기동),엔리끼(도움-프론티니), 고기구(도움-엔리끼), 프론티니 / 배기종(도움-슈바), 주승진(도움-배기종), 최윤열, 배기종(도움-슈바)] (관중 : 1,664명)

◎ 포항 선수들
공격수 : 프론티니(83분-최태욱), 고기구, 엔리끼(74분-김윤식)
미드필더 : 김명중, 황지수, 김기동(60분-오승범), 오범석
수비수 : 조성환, 김성근, 이정호
문지기 : 신화용

◎ 대전 선수들
공격수 : 슈바, 공오균
미드필더 : 주승진, 나광현(30분-데닐손), 이관우(46분-정성훈), 고병운, 배기종
수비수 : 박충균, 민영기(46분-장현규), 최윤열
문지기 : 최은성

★ 부산 3-2 경남 [득점 : 이정효,소말리아,뽀뽀 / 신병호,박성철] (관중 : 1,721명)

[오마이뉴스 심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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