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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풍이었다. 대전시티즌이 정규리그 초반 단독 2위를 질주하며 프로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개막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성남일화에 1-0으로 석패한 뒤 5경기에서 4승1무의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단 1승을 거둔 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변신이다. 지난해 말 팀 해체설이 나돌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최윤겸 감독이 지난 1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뒤 코칭스태프와 선수 및 프런트, 지역연고팬 등이 혼연일체가 돼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제 ‘대전 돌풍’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프로축구계를 강타하고 있는 ‘대전 신드롬’을 집중분석했다.
●‘뻥 축구’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대전의 탄탄한 조직력에 주목한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대전의 플레이에는 한마디로 ‘뻥 축구’가 사라졌다. 수비진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계속적으로 최전방까지 연결되는 것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고정운 스포츠서울 자문위원은 미드필드진에 높은 점수를 줬다.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으로 공수에 연결하는 패스 위주의 플레이가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박성화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는 포백시스템이 굉장히 안정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박 코치는 “포백수비가 조직적으로 잘 운영되면서 공수밸런스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좌우 윙백이 양쪽 측면에서 공격에 가담할 때 커버플레이가 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특출난 선수들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고른 수준을 갖고 있어 세밀하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잘 이뤄지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용수 위원은 대전이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요인으로 감독을 꼽았다. 그렇다면 최윤겸 감독은 무엇을 바꿔놓은 것일까.
●가용 자원을 최대한으로 이용해라
최 감독은 부임 이후 3-5-2포메이션을 4-3-3으로 바꿨다. 대전 선수들의 특징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최 감독은 “대전은 측면 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 반면 스트라이커 요원은 김은중 정도였다. 측면플레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 4-3-3시스템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선수들의 전술적응이 빨라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패스훈련에 주력했다. 공격은 GK부터 시작하고 수비는 FW부터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3선에서 1선으로 직접 연결하는 플레이를 지양하기 위해 정확한 패스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중원에서는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압박을 구사하고 포백수비에게는 모험적인 수비전술을 요구했다. 오프사이드 트랙도 효율적으로 사용했고 상대방 공격시에는 적극적인 1대1 개인마크를 강조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뭉쳤다
대전의 돌풍요인은 전술적인 부분에만 있지 않다. 달라진 팀 분위기도 큰 몫을 했다. 최 감독은 부임 이후 선수들과의 신뢰를 쌓는데 힘을 기울였다. 터키 전지훈련 때에는 매일 밤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며 팀과 선수들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지금도 숙소에서 밤마다 1~2명은 만나려고 노력한다. 세세한 선수단의 팀워크에 대한 부분은 선참급 선수들에게 일임했다. 주장 최은성을 중심으로 한정국 장철우 등 선참들이 훈련 때마다 솔선수범하면서 후배들을 독려했다. 가족적인 분위기로 뭉친 선수단은 서로 열심히 하겠다는 의욕으로 넘쳤고 점차 지난해까지 자신들을 억눌렀던 패배의식에서 벗어났다. 프런트도 넉넉지 못한 살림 속에서도 올해 대부분 선수의 연봉을 인상해줬고 올 시즌에는 경기당 3000만원이 넘는 승리수당을 풀어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다.
●축구로 대전을 바꿔놓겠다
대전 프런트는 요즘 얌전하기만 했던 대전시민들이 모이기만 하면 축구 이야기뿐이라며 흥분한다. 실제로 대전은 홈 3경기에서 평균 1만7000명이 넘는 유료관중을 불러모았다. 시즌티켓 판매량도 벌써 5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전 시의회는 유니폼 상의 앞가슴에 ‘대전사랑’이라는 마크를 다는 대가로 1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틈만 나면 원정경기까지 보러 갈 정도로 열성이다. 대전 롯데백화점은 매출액의 일부를 축구기금으로 내놓는 등 지역연고 기업의 후원도 쇄도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항상 함께해준 서포터스도 큰 힘이다. 대전서포터스는 열성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박문우 이사는 “대전을 축구도시로 만들어보자는 열기로 똘똘 뭉쳐 있다. 대전시티즌이 한국프로축구 문화를 한번 바꿔놓겠다”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위원석·정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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