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월드컵 경기장 관람석 ⓒ2003 명재석

대전 시티즌 구단은 2003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많은 축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리고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까지 12개 구단 중에서 전반기 관중 동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재 대전 시민들의 프로 축구 사랑은 뜨거워지고 있다.

2003 K-리그에서 대전 시티즌 구단의 인기가 폭발하고 대전 시민의 뜨거운 환호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단 해체설이 나돌고 만년 꼴찌 후보였던 대전 시티즌 구단이 2003 K-리그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비가 내리던 지난 8월 19일 대전 시티즌 구단을 찾았다.

대전의 축구 열풍

원래 대전 시티즌 구단은 계룡건설과 충청하나은행 그리고 동아건설 및 동양 백화점 등 4개 기업의 컨소시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충청 하나은행과 동양 백화점이 재정상의 이유로 컨소시엄에서 빠지고 동아 건설마저 부도에 이르자 대전 시티즌 구단은 계룡건설에 구단 운영자금을 의지하면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계룡건설마저 주식 상장을 위해서 1년에 많은 운영 비용이 드는 프로 축구단 운영에 대한 기득권을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걸린 대전 축구 발전 기금 모집 현수막 ⓒ2003 명재석

프로 축구단 운영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대전 시티즌 구단의 해체설이 나돌자 대전광역시측은 대전 시티즌 구단의 후견인 역할을 자청하면서 2002년 12월 26일에 정재계를 비롯한 학계 그리고 공공기관등의 200여 단체가 참여하는 대전 시티즌 발전 시민협의회라는 범시민기구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대전 광역시측은 대전 시티즌 구단에게 경기장 사용료 면제와 경기장의 광고권 판매에 대한 권리를 제공하여 대전 시티즌 구단의 자금 운영에 대한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지역 언론들도 대전 시티즌 살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면서 대전 시티즌 구단 관련 사항을 이슈화하였고 지역 축구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게다가 대전 시민들 역시 연초에 대전 시티즌의 연간 회원권을 구입해주면서 대전 시티즌 구단의 자금 운영에 숨통을 틔게 하였다.

이러한 지방자치 단체와 지역 언론 그리고 대전 시민의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대전 시티즌 구단도 기존의 선수단 중심의 운영에서 탈피하여 대전 축구팬을 먼저 생각하는 수요자 중심의 구단 운영을 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이 결과 전반기 관중 동원 1위라는 대기록과 12개 구단 중 2003년 첫 30만 관중 동원을 기록하는 구단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8일에 월드컵 개최 1주년 행사로 열린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대전 경기장 총 관람석 숫자인 4만1493석을 초과하는 4만307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선수와 코칭스태프 또한 팬들에게 홈경기 승률 80%라는 기록을 세우며 홈관중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대전 시티즌 구단의 스포츠마케팅


▲ 대전 시티즌 홈 경기 홍보 현수막 ⓒ2003 명재석

기존의 경기장 이벤트는 관중이 객체로 참여하는 이벤트가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가족 단위 관중의 정서와 밀착된 관중 참여형의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10일에는 '이관우 day'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스타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스포츠 용품사인 로또와 1년에 4억 5천의 금액으로 팀 용품 스폰서(일명;Kit Supplier)계약을 하였다.

또한 경기장 내의 A-Board와 현수막에 대한 광고권을 대전을 연고로 하는 기업에게 판매하여 구단 수입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고 대전 홈경기 관중 수입이 1억을 넘는 경기가 4경기일 만큼 티켓 판매에도 열심이다.


▲ 대전 시티즌의 스타 플레이어들 ⓒ2003 명재석

대전 시티즌 구단에는 2003 프로 축구 올스타전에서 팬투표 1위를 차지한 이관우 선수 그리고 대전의 FA컵 우승을 일구어낸 김은중 선수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의 멤버였던 최은성 선수 등의 스타 플레이어가 있지만 현재 구단측에서는 이들의 용모와 개성 등을 강조하는 스타 마케팅을 펼치기보다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플레이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구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구단 1년 예산인 60억 중에 약 20억을 스포츠마케팅을 통해서 수익으로 거두어들이고 있다.

한국형 시민 축구단 가능한가?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민 구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은 지역의 연고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시민구단의 이상적인 모델로서 지역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민주를 구입하여 구단 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대전 시티즌 구단은 위에서 말한 후자보다는 전자쪽이기에 진정한 의미의 시민 구단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전 광역시의 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역 언론의 보도, 그리고 대전 시민들의 축구 사랑이 어우러졌을 때 축구는 대전을 대표하는 스포츠가 될 것이고 축구를 통해 대전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시민 대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전 시티즌 구단이 진정한 의미의 시민 구단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명재석 기자 (fors-m@daum.net)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