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⑮프로축구선수



요즘 대전시티즌 구단이 스타 선수 만들기에 나섰다. 첫번째 대상자는 이관우(李官雨·26)선수이다. 이관우는 4일 발표예정인 팬투표에서 대략 30만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같은 외모를 가진 이관우는 상당히 영리한 데다 기량도 뛰어나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잘 안다. 지난달 9일, 대전시티즌이 3무3패의 부진을 털어버리고 부천을 상대로 홈에서 1대0으로 이길 때, 승리의 계기를 마련한 선수는 그였다. 후반에 교체멤버로 들어간 이관우는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 볼을 이리저리 몰고 기회를 보다가 초조해진 상대수비수가 넘어뜨리는 바람에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이관우는 망설이지 않고 6개월전 전남에서 이적해온 김종현(金宗賢·30)선수에게 “형이 차요”라고 양보했다. 프로선수 경력 6년째인 김종현으로서는 처음으로 차보는 페널티킥이었기 때문에 “엄청 떨렸다”고 말하면서도 침착하게 성공시켜 짜릿한 골맛을 봤다.

프로생활을 하면서 이관우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 부상이다. 그는 오른쪽 발목에 4번, 왼쪽 무릎에 1번 등 무려 5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인대가 늘어나는 등 다른 부상으로 기브스를 한 횟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시티즌의 한 관계자는 “이관우는 발목이 약해 주로 후반에 기용된다”고 말했다.

이관우가 페널티킥을 양보한 것은 김종현이 다음 날 생일을 맞는 데다, 20골-20어시스트 클럽을 앞두고 있기 때문. 김종현은 23어시스트에 19골을 그날까지 성공시키고 있었다. 김종현은 “프로선수생활을 하면서 1차 목표가 200게임 출전에 20-20이었는데 이중 절반은 달성됐다”고 기뻐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32사단 입구에 자리잡은 대전 시티즌 합숙소에는 당구대를 비롯해서 대여섯대의 컴퓨터, 운동실, 치료실, 회의실 등이 자리잡고 있다. 결혼한 선수들은 집으로 가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이곳에서 합숙을 한다. 이들의 일정은 온통 경기에 맞춰져 있다. 경기 이틀전 최윤겸감독은 32명의 선수중에서 예비 출전선수 명단 17명을 게시한다. 홈경기가 있는 날 선수들은 오후 5시에 숙소에서 출발, 운동장에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한다. 출전선수 명단 11명은 1시간 10분 전에 교환하고, 8분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국민의례를 한 다음 경기를 시작한다.

한 번 경기를 뛰고 나면 체중 2㎏가 빠질 정도로 엄청나게 힘들다. 대전시티즌의 유은호과장은 “축구를 하면 뼈속에 진이 빠진다고 할 정도로 힘들다”면서 “이에 비하면 야구는 레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상 못지 않게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슬럼프이다. 김종현은 “지난해 출전이 줄어들면서 배고파보고 설움당하고 그만둬야 하나 참 고민 많이했다”고 말했다.

출전선수 숫자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료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감독이나 코치가 이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벤치선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우리 팀이 차라리 졌으면, 누가 다쳤으면’하고 바라는 마음이 생길 정도라고 한다.

김종현은 대전시티즌의 최윤겸감독에 대해서는 “이런 감독 처음봤다”면서 실수해도 격려하고 칭찬하니까 더 미안해서 열심히 뛴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에게 출장기회를 주려고 하고 승리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프로축구 선수들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독립된 개인사업자와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법이 바뀌어 선수들은 자기 소득을 직접 세무소에 신고한다. 예전에는 수입의 60%를 경비로 인정하던 것이 없어지면서 바뀐 것이다. 구단에선 세무서에 1년동안 그 선수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 통보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세원은 거의 공개되는 편이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연봉외에 ‘출전급 승리수당’을 지급한다. 승리하면 약3400만원을 엔트리에 들어간 17명 전원에게 나눠주는데 45분 이상 뛴 선수는 약정금액의 100%(150~250만원), 45분 이하는 70%, 30분이하 50%, 대기선수는 30%이다. 비기면 수당이 3분의 1로 줄고, 패한 경기는 한 푼도 없다. 대신 팀플레이를 강조하기위해 득점수당은 없다.

구단관계자는 “한경기의 입장수입이 5000만원은 돼야 승리수당을 주고 손익분기점에 달한다”면서 “약8000명 정도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출전수당까지 합치면 김은중(金殷中·25)은 연수입이 대략 2억원정도로 추산된다.

김은중은 프로선수로 지금까지 모두 40골을 넣었다. 동북고 2학년때인 1997년 대전시티즌 창단멤버로 들어와 대전시티즌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잡은 김은중은 “40골이 다 생각이 난다”고 할 정도로 자기가 넣은 골은 머릿속에 입력시켜놓고 있다.

(심재률 기자 jysim@chosun.com )

* 이 기사는 조선일보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