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천성에 '영감' 별명 얻었죠
월드컵때 표 펑크 남일이 미워미워
'즐기는 축구' 행복 유럽진출 욕심도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 나도 이 인기가 당황스럽다.”

'시리우스' 이관우(25.대전)는 급격히 치솟은 인기에 대해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말을 빌려 얼떨떨해 했다. 잦은 부상과 공백으로 인기는 남의 이야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관우는 프로축구 올스타 인기투표에서 당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많은 축구인들도 이 같은 현상에 놀라워한다. 월드컵 태극 전사도 아닌 그가 최고 스타에 등극한 점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상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와 역경을 거치면서도 잃지 않은 밝은 미소의 순수함, 그리고 수려한 용모 이상으로 겸손한 성격 등은 그를 최고 스타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관우는 요즘은 원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감격에, 넘치는 팬들의 사랑이라는 덤을 느끼며 축구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전 선수단 숙소 근처 한 카페에서 팬들에게 둘러싸여 '시리우스 팬클럽 5주년 기념 파티'를 하고 있는 이관우를 만났다.

▲영감 이관우

이관우는 수려한 용모에 세련된 매너로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를 '영감 같다'고 놀린다. 고향이 충청도인 부모님의 느긋한 천성을 이어 받아 말도 느리고 톡톡 튀는 개성보다는 차분함을 즐기기 때문이다. 취미는 신세대 전유물인 컴퓨터 게임. 그런데 유일하게 즐기는 종목은 '한게임 고스톱'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인기 게임은 복잡해서 싫고 단순한 고스톱이 최고란다. '영감'이라 불릴 만 하다.

그에겐 6년을 한결 같이 함께 한 여자 친구가 있다. 대학 시절 만나 힘든 재활 시절 아픔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이다. 그는 "나는 축구 한 우물을 파듯이 여자 친구도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 본다”며 고전적인 애정관을 밝혔다.

▲아직도 남일이가 원망스럽다

'진공 청소기' 김남일(26.전남)과 그는 둘도 없는 친구다. 두 사람 사이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이관우에게 부상을 입혀 오랜 재활을 하게 만든 이가 바로 김남일인 것이다. 이후 이관우는 재활의 고통을 겪어야 했고, 김남일은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김남일이 원망스럽기도 할 텐데…. 역시 그는 "남일이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지난 한.일 월드컵 때 표를 구해준다고 해놓고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이란다. 하긴 월드컵 4강 감격의 순간을 못 봤으니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이관우는 "남일이가 심한 태클을 한 걸로 알려졌는데 사실과 다르다. 본의 아니게 서로 부딪혔는데 일이 꼬이다 보니 부상을 입었다”며 김남일을 옹호했다. 오히려 세간에 과장돼 알려져 두 사람 모두 속앓이를 했다고 털어 놓았다. 두 사람은 요즘도 자주 통화를 하며 우정을 나눈다. 대화 내용은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 "왜 불렀어?” "그냥” 하는 TV CF가 딱 맞아 떨어지는 친구 사이다.

▲축구, 내 인생

그는 "축구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축구 선수가 한결 같이 하는 이야기. 그런데 그에게선 절실함이 엿보인다. 부상으로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으면서 느낀 축구에 대한 열망과 애정이 반영된 것이리라. 그는 "요즘 마음껏 공을 찰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깨닫고 있다”며 "황선홍 선배가 '재활을 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 역시 경기장 밖에서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털어 놓았다.

이관우는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다”고 의외의 말을 했다. 그저 부담 없이 축구를 하는 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에 진출해 넓은 무대를 경험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한다. 언젠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그려진다.

대전=이동현 기자

이관우가 '시리우스 5주년 기념 파티'에서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꽃다운 여성 팬들에 둘러 싸인 그의 의상은 고작 트레이닝복이다.

대전=김윤수 기자

* 이 기사는 일간스포츠의 기사입니다.